2021년 중반 즈음, '로렐라이 언덕의 여인들'이란 영상을 접하고 레드북에 꽂혀서 (화살촉도 아니고 왜 이리 자주 꽂히는지 모르겠지만) 서울에서 하는 공연을 직접 관람하기 위해 기차표까지 전부 예매했더랬다.
그러나 코로나가 제일 심할 때였고, 차지연- 서경수 페어를 예약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공연이 취소가 되어서 레드북 관람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몇 년 존버 타야 하나 싶어서 포기했던 때에, 온라인 중계를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후원금 25,000원만 내면 내 방에서, 정해진 시간 내에 자유롭게 보면 된다니...
비록 내가 원하는 페어는 아니어서 고민은 했지만, 잘 만든 뮤지컬이라기에 결국 중계 10분 전에 부랴부랴 결제하고 관람을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레드북은... 정말 최고였다.
내 최애 뮤지컬인 위키드에 뒤지지 않을 만큼 스토리, 넘버 면에서 아주 훌륭했다.
최애 뮤지컬 자리를 위협하고 있음...(사실 이미 차지한 것 같기도 함)
유쾌하면서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분명했고, 자연스러운 넘버 진행, 환상적인 앙상블... 그리고 말이 필요 없는 주조연들의 연기.
미쳤다 미쳤어!
일단 세정안나 부터 얘기하자면...
김세정이야 워낙 연기력으로는 칭찬이 자자해서 연기 걱정이야 없었지만
아무래도 아직 가수에 대한 편견이 있다 보니... 어느 정도만 잘하겠지 싶었는데 그때의 내 머리를 한대 쳐주고 싶을 정도로 잘했다. 뮤지컬 발성 너무나 잘하고요?
캐릭터도 완전 안나 그 자체...너무 사랑스럽고 솔직한 안나였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좀 의심스럽다. 안나가 김세정인 척 연기하면서 살아가는 게 아닐까...?
어찌 됐든 다음 공연 때도 다시 안나 해주라... 부탁이야...
그리고 인성 브라운
난 사실 남자 아이돌은 잘 모른다... 근데 포스터에는 너무 예쁜 사람이 있길래
신사라기엔 너무 연약해 보이는 게 아닌가 생각했는데 영상으로 보니 멀쩡한 20대 초반 청년이었다.
목소리도 건실한 모범생 느낌이랄까, 어리숙한 브라운 캐릭터와 잘 어울렸고 안나와의 캐미도 좋았다.
모쏠에 배운 그대로를 실천하려는 고지식한 모습이 어린 청년의 모습과 잘 어울려서 내 머릿속에서 브라운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가 생긴 듯!
도로시 / 로렐라이 역의 방진의 도로시
다들 방진의 도로시를 외치며 울고 있길래 '얼마나 좋길래' 생각했었는데
나도... 입덕 한 것 같다...^^
역할에 따라 발성도 달라서 전혀 몰입 깨지지 않았고 연기력, 가창력까지... 아무튼... 아무튼 좋았음...
직접 봐야 안다. 이 감동...
홍우진 로렐라이.
클립 영상만 봤을 땐 왜 '이 사람은 여장을 하고 있지' 생각했는데
넘버 듣고 너무 좋아서 아직도 생각이 난다.
왜 여장을 하는지, 왜 로렐라이 언덕이란 모임을 만들게 되었는지의 계기가 아주 인상 깊고 좋은 캐릭터였음...ㅠㅠ
이 외의 배우들도 정말 좋았으나 캐릭터 포스터를 구하기 힘들어서 짧게 얘기해보자면...
줄리아 역의 허순미 배우 목소리가 너무 귀에 박혀서 아주 기대하고 봤는데 기대한 만큼 감초 역할이 톡톡했고
코렐 역의 김연진 배우님도 목소리 정말 맑고... 연기력 너무 좋았다. 메리 역의 이다정 배우님도 마찬가지였음.
앤디 / 딕 존슨(ㅋㅋㅋㅋㅋㅋ) 1인 2역의 원종환 배우도 너무 찰진 연기...
신사로 나올 땐 능청스럽고 재밌다고만 생각했었는데, 딕 존슨으로 나올 때 너무 극혐인데 또 웃겨서 냉탕 온탕을 오갔음..ㅋㅋㅋㅋㅋ..ㅠㅠ 연기 살살하라고요...
거의 모든 출연진들이 1인 다역을 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돋보이는 무대였고
캐릭터들의 모든 배경이 조금씩 등장하되 난잡하지 않아서 설득력이 있어서 좋았으며,
앙상블 목소리 조화도 미쳤다. 정말 구멍 없이 완벽한 캐스팅이 아닐까 생각했을 정도였다.
모든 배우를 언급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안타까울 정도...
또한 보통 뮤지컬을 볼 때는 최애 넘버 몇 가지만 좋았다고 느낄 때가 많은데
레드북은 거짓 없이 모든 넘버가 좋았다.
비록 2016년 처음 나온 이후 몇 가지 넘버는 편곡이 되어 인터넷에서 볼 수는 없지만... 난 편곡된 버전이 더 좋다고 생각함.
정말 좋은 시간이었지만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shake it 들 이렇게 잘 찍었으면서 왜 dvd도 안내 주는가에 대한 아쉬움 정도...?
제발... dvd 하나 내주든가... 365일 중계해줘...
이렇게 잘 찍었으면서 양심이 있다면 그대로 dvd 내줘... 아님 음원이라도 내줘....
다음 레드북 공연이 있다면, 꼭 실제로 가서 관람하고 말 것이다.
최고의 시간이었다...
이렇게 글 쓰고 보니 나 레드북 사랑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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