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뮤지컬 레드북을 예약하고 기차표도 예매해놨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공연 일정이 취소되는 일이 있었다.
차지연이 연기하는 안나가 꼭 보고 싶었지만 이후 일정이 맞지 않아서 결국 공연 관람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런데 마침 부산에서 뮤지컬 광화문 연가를 한단다.
심지어 차지연도 출연한단다.
이건 무조건 봐야한다! 싶어서 곧바로 예매했다.
참고로 뮤지컬 광화문 연가는 주크박스 뮤지컬로, 작곡가 이영훈이 작곡한 가요(붉은 노을, 가로수 그늘 아래, 등)가 뮤지컬 넘버이며 ,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죽기 전 1분,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찾아 떠나는 '명우'와 그를 돕는 추억여행 가이드 월하의 기억 여행. 중년의 명우는 지금, 임종을 눈앞에 두고 응급실에서 마지막 심폐 소생 중이다. 그는 기억의 전시관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인연을 관장하는 미지의 인물, 월하를 만난다. 그의 안내로 명우는 첫사랑의 기억인 수아를 만나고, 젊은 시절로 되돌아간다. 월하의 안내로 명우는 환상과 기억, 현실이 교차하는 미묘한 상황 속에서 기억 속 자신과 하나씩 마주하게 되는데...
요약하자면 임종을 맞이한 주인공 명우의 주마등을 통해 그의 과거를 본다는 내용이다.
나는 일요일 2시, 엄기준 / 차지연 으로 예매했다.
사실 차지연이 보고싶어서 무조건 저 시간으로 골랐다.ㅎㅎ
리사 배우도 관심이 있었는데 같이 하는 공연이 없어서 아쉬웠다.
공연을 보기 위해 부산 시민회관 대극장에 도착.
일부러 일찍 갔더니 사람이 없어서 들어가자마자 표를 끊을 수 있었다.
표 끊고 공연 30분 전에 다시 대극장에 와보니 줄이 아주 길었다.
역시 발권은 1시간 30분 전에 해놓는게 좋은 것 같다.
상당히 뒤늦게 예매한지라 자리가 많이 없어서 2층 뒷자리로 예매했는데
오페라 글라스도, 망원경도 대여해주지 않아서 아차 싶었다.
시야가 좋아서 뒷자리였음에도 잘 보였지만
얼굴까지는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좀 아쉬웠다.
다음에 올 일이 있다면 꼭 오페라 글라스를 챙기리라...
공연장에서 사진은 일절 금지였기 때문에 (커튼콜은 찍을 수 있게 해 주지) 공연장 사진은 없다.
주인공 명우 역의 엄기준.
유튜브에서 레베카 넘버 중 하나인 '하루 또 하루'를 본 적이 있어서 약간의 기대가 있었다.
엄기준 배우 특유의 비음 섞인듯한 목소리가 매력포인트인 듯.
노래... 좋았다! 다른 배우들과 같이 부르는 노래도 좋았다.
개성 있는 목소리는 다른 목소리와 섞이면 혼자 튀거나 할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음.
무엇보다 연기력이 장난 아니었다.
유명한 배우니까 당연히 연기력은 보장되겠지 생각했었지만, 2부에서 눈물연기를 하는데 어떻게 저렇게 바로 감정이입이 되지? 싶었다.
눈물이 북받쳐서 대사를 잇지 못하는 장면에선 감탄이 나왔다.
노래도 감정을 싣고하니까 나도 모르게 공감하게 되고...
역시 배우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음.
월하 역의 차지연...줄여서 차월하!
사실 유튜브에 차지연 배우가 연기하는 월하 영상이 많아서 거의 다 보고 갔는데도 너무 좋았다.
멋짐이 사람이 되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나오자마자 시선이 가고, 가창력은 말할 필요가 없었다.
역시 차지연이다...!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노래와 아주 잘 어울렸고 정말 파워풀이란 건 이런 거구나 싶을 정도로 극을 끝까지 끌고 간다.
사실상 이 뮤지컬의 진정한 주인공...ㅠㅠ
조금 과장스럽게 코믹한 연기를 하기도 하는데 부담스럽거나 어색하지 않고 능청스럽게만 느껴졌다.
다른 앙상블이 노래할 때 뒤에서 애드리브?만 하는데도 집중되는 목소리였다.
커튼콜까지 에너지가 넘쳐서 정말 대단했고
다음 차지연이 나오는 뮤지컬이 있다면 그 공연의 한 좌석은 분명 내 것이 될 것이다.
난 차지연에게 진심이 되어버렸으니까...
어쩜 하얀 정장이 저렇게 잘 어울린담.. 엉엉
위에서 세 번째에 있는 분이 어린 명우 역의 황순종이다.
멀리서 봤는데도 어린 느낌이 확 와닿았다.
목소리를 일부러 그렇게 내신 거 같은데 학생 역할이 정말 잘 어울렸다.
특히 노래부를 때 목소리가 엄기준처럼 살짝 비음 섞인 듯한? 음색이어서
목소리가 비슷한 느낌이란 생각이 들었고 목소리만 듣고 캐스팅했나 싶을 정도였다.
명우 역 배우들은 음색 조합만 듣고 블라인드 캐스팅해도 이렇게 뽑혔겠다 싶을 정도....
어휘력이 딸려서 찰떡같은 표현을 못하겠지만... 아무튼.
그리고 커튼콜 때 붉은 노을 부르는데 너무 신났다. 근데 코로나라 떼창을 못해서 섭섭했다.
그 노래에 떼창을 어떻게 참아요ㅠㅠ
하지만 코시국이니 만큼 내적 신남을 억누르는 수밖에...
아래에서 첫 번 째 배우분이 어린 수아 역의 홍서영.
명우의 첫사랑 역이라 아내인 시영 역 보다 비중이 많다.
1부는 거의 어린 수아와 어린 명우의 이야기라서... 어쩔 수 없는 듯.
목소리가 깨끗하고 가사 전달력이 좋았다.
사실 부모님 세대 노래인지라 한 번쯤 들어본 노래이지 노래 가사나 내용에 대해 잘 알지 못했었는데
가사 전달력이 좋고 대사도 쏙쏙 박혀서 집중도 잘됐다.
명랑한 역할이 잘 어울리는 배우였다.
다음에 출연하는 공연이 있고 캐스팅을 고를 수 있다면 이 배우를 골라서 볼 것 같음.
어린 시영 역의 배우분... 이름을 모르겠는데
목소리가 정말 맑아서 기억에 남는다.
이분도 메인 주인공 하셔도 될 것 같음... 노래 정말 잘한다...
노래 듣고 나하나 배우 목소리 들었을 때가 떠올랐다.
디즈니 목소리 같았다.
사실 광화문 연가는 내용에 대한 호불호는 많이 갈릴 것 같다.
아무래도 80년대 배경의 연극이고, 40대 이상의 연령층에 향수를 일으키는 노래들이다 보니
공연장에도 40대 이후의 관객분들이 많이 보였다.
연극 내용 자체도 임종 직전의 명우가 젊은 날의 추억을 되돌아보고 깨닫는 줄거리라서
조금 높은 연령층의 공감대에 맞지 않나 싶다.
실제로 나는 내용은 나쁘지 않은 정도라고만 생각했는데, 같이 간 엄마는 너무 재밌었다고 하셨다.
감동적이었다고...
개인적으로 노래도, 스토리도 나쁘진 않았지만 주인공 명우가 너무... 비호감이었다.
마지막에 반전도 있는데
반전을 알고 나니 명우가 더 비호감이었다.
한 평생 첫사랑만 새기고 살다가 죽기 직전 되니까 아내 찾는 거 너무 비양심적인 거 아닌가???
첫사랑에 대한 환상과 아련함에 공감을 하지 못하는 터라 (그래서 건축학개론 같은 영화도 안봄)
시영의 행복만 빌었음...ㅋㅋㅋㅋㅋ
부모님과 효도용으로 보기 좋은 공였이였고 부산에 뮤지컬 공연 순회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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